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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는 과대평가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세요.

sue24 2020. 8. 26. 19:59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6/sep/23/self-discipline-overrated-go-easy-yourself-this-column-will-change-your-life-oliver-burkeman

Illustration: Thomas Pullin for the Guardian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면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계획을 짜는 것입니다. 보통 엄격한 시간표를 그립니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지! 트위터는 안 볼 거야!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집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만은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지고 여덟 시간 동안 글을 써야지! 한 번도 이뤄본 적이 없는 일들을 진정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합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자기 관리의 우물은 발목 깊이밖에 안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의지력만으로 상황을 극복해보려던 노력은 스스로를 비난하는 거센 폭풍으로 변해 버립니다.

 

최근 몇 년간 아이들에게 투지를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 식의 접근에 대한 한계점 역시 존재하죠. 투지를 이용해 인생을 바꾼다는 심리학적 증거가 불확실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떤 문제든지(심지어 가난하게 태어난 것까지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관리가 좋은 것이라는 근본적인 가정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꿈을 좇길 바라는 굉장히 진보적인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서 성공하길 바랍니다. 몇몇 사람들만이 미국의 심리학자인 잭 블록의 경고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잭 블록은 100명이 넘는 유아들을 30년 이상 연구한 심리학자입니다. 블록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자기 관리의 부족이 정신산만, 충동적인 성향, 쉽게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자기 관리 역시 고통의 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진보 교육자인 알피 콘이 '왜 자기 관리가 과대평가되어 있는가?'라는 본인의 에세이에서 항상 숙제를 바로 하는 아이는 선의 귀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실제 심리는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숙제를 해치워버린, 아니 정확하게는 숙제를 해치워야만 했던 것입니다. 일을 완수하지 않고 미루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본인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심리는 때때로 주어진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우리는 '내재적 동기'를 입증하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지만 그들은 그저 사회의 훈련 교관을 성공적으로 내재화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묘사할 때 '주도적'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단서가 될 수 있겠네요. 그들은 스스로 다그치는 것입니다.

 

제 고집스러운 자기 관리 시도가 실패할 때면 수잔 피버 스님이 2010년에 쓴 글, 스스로에게 못되게 굴지 않음으로써 일을 해결하기를 봅니다. 수잔이 엄격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 고민할 때 느낀 것을 쓴 글입니다. 수잔이 엄격한 일정 대신 선택한 것은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 것입니다. 방종처럼 들릴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도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네요.) "스스로 하기로 한 모든 것들을 해냈습니다. 자기 관리에 성공했던 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현명하게 시간을 쓰지 못하는 반항적인 패배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이에요.


 

이 글은 2016년 9월 23일에 올리버 버크맨이 가디언에 올린 사설이다.

제목부터 굉장히 흥미로워서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에 익숙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한 것처럼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으니까. 

 

개인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을 좋아한다.

빡빡하게 들어찬 일정표를 보면 이미 내가 성공적으로 일정을 수행한 것 같은 만족감마저 든다.

세울 때는 참 행복한데, 막상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 번 계획을 어기면 이미 어긋난 계획이라는 생각에 그 뒤의 계획도 지키지 않는 날들이 많다.

그런데도 계획을 세울 때면 여유로운 일정표를 참아주기가 힘든 것이다.

 

점점 나와의 타협을 통해서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현실적인 계획을 짜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직도 나의 일정표는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아 날 슬프게 한다.

 

어렸을 때는 대체로 나의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고,

그 깨달음은 스스로를 향한 더욱 거센 채찍질로 변했다.

노력이 부족해서 이런 걸 거야. 좀 더 노력하면 나아질 거야.

그러나 채찍질을 한다고 말이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져갔지만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는 데에 점점 익숙해져 갔고,

실패에 익숙해지면서는 스스로를 탓하기만 할 뿐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스스로에게 못되지 않게 구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가장 쉽게 비난할 수 있고 가장 쉽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으니....

기존의 방법이 구렸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